저는 29년간 자이언츠의 팬이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자이언츠의 팬이였으며 그 이후 29년동안 자이언츠의 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93년 이후에 태어난 자이언츠의 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무려 자이언츠의 우승을 눈으로 보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일이었지만 그 시절 일이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희 동생이 태어났었는데요, 동생이 어렸을때부터 몸이 많이 약해서 엄마와 같이 산부인과를 자주 갔었습니다. 그 당시 갔던 산부인과가 초량동에 있는 일신기독병원이었는데요, 당시 병원 대기실같은 곳에서 어른들이 자이언츠의 야구를 틀어놓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요새는 다들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보느라 다같이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풍경이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만 하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죠.
뭐 어쨌든 29년간 자이언츠팬으로 살아온 제가 다이노스팬으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자이언츠에게선 더이상 희망을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에 자이언츠 사장이었던 장병수씨는 20년간 우승을 못한 팀은 프로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했었죠. 그 말대로 자이언츠는 20년을 넘어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가 볼때 롯데는 20년간 우승을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롯데가 지난 20년간 우승을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에 자이언츠는 왜 우승을 하지 못하는가 라는 이야기에서 해보도록 하구요, 오늘은 일단 제가 갈아탄 팀인 다이노스가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 하는 부분입니다.
작년 여름 이후 팀을 다이노스로 갈아탔지만 객관적으로 볼때 다이노스도 약점이 없는 팀은 아니었습니다. 크게 요약을 하면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수비력 불안, 의외로 빈약한 타격, 그리고 바람잘 날 없는 불펜. 그리고 올시즌 가장 확실하게 강화가 된 부분이 바로 이 세 부분입니다.
수비력 불안은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 작년의 주전 키스톤 콤비는 노진혁, 이상호였습니다. 가끔가다가 지석훈을 투입했지만 지석훈의 공격력(작년까지의)은 너무나도 약했기에 주전으로는 노진혁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랬던 것이 올해 완전히 상전벽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주전 키스톤콤비는 손시헌, 박민우라는 리그 정상급 키스톤으로 바뀌었습니다.
박민우의 수비는 조금 불안한 감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씹어먹는 가공할만한 공격력이 있으며 수비도 요새는 준수할 정도로 올라왔습니다. 손시헌은 수비에서 만큼은 아직도 리그정상급입니다. 타격능력도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클러치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무시할만한 선수는 아닙니다. 30억대에 이정도의 FA를 데려온 것은 매우 훌륭한 딜이 아니었난 생각이 됩니다.
두번째로는 의외로 빈약한 타격입니다. 작년의 클린업은 나성범, 이호준, 조영훈이었습니다. 이호준은 20홈런으로 제역할을 어느정도 하였지만 풀타임 첫해의 나성범과 주전 1루수로 나온 조영훈은 조금 처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보기에는 구색을 갖추었고 강해보이는 전력이지만 기록을 뜯어서 보면 아쉬운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올해 나성범이 완전한 각성을 이루어내고 테임즈라는 올해 가장 빛나는 외국인타자가 들어오면서 9개 구단 중에서도 정상급의 클린업을 구성해내었습니다. 꾸준함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의문부호가 들지만 이 세 선수가 터질때의 폭발력은 그야말로 리그를 씹어먹을 기세라는 표현이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 세 선수의 타격감을 적절히 조율하여 포스트시즌에 절정의 컨디션을 끌어올릴수만 있다면 다이노스는 1군진입 2년만에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바람잘날 없는 불펜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도 여전히 다이노스의 불안요소로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왔지만 말이죠. 올해 많은 전문가들이 다이노스를 다크호스로 분류하였지만 4강전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종욱과 손시헌의 가세로 수비력에서는 어느정도 플러스가 되었고 테임즈의 가세와 나성범의 각성으로 공격력에서도 어느정도 플러스가 되었지만 불펜진에서는 그다지 전력강화요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다이노스의 불펜은 탄탄하게 승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외부전력강화없이 내부적으로 원종현, 손정욱, 이민호, 김진성과 같은 투수들이 성장을 했으며 손민한은 다이노스에서 제 2의 야구인생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계속해서 다이노스의 승리를 지켜줄 수만 있다면 다이노스는 올해 정말 큰 일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가지 불안한 것은 하반기들어서 올해 각성한 다이노스의 불펜진들이 조금씩 체력저하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다이노스가 3위로 만족할게 아니라 2위까지는 치고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야지만 휴식이 필요한 불펜진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싱싱한 어깨로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노스가 여름을 지나가면서 이제는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쳤지만 쓰러지지 않으면서 승리를 지키는 모습을 하반기에 꾸준히 보여주길 바랍니다. 다음주 화요일 사직 롯데전 직관으로 다이노스의 하반기 선전을 기원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