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예비군 훈련을 갔었는데요, 시청각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현역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내용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맨 처음에는 한국전쟁 유해발굴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과거로 넘어갑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희생으로 이 나라가 이루어졌다고 나레이션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것이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입니다. 역시나 중동의 건설현장 장면은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레이션으로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다음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도 소고기 촛불때로 추정되는 장면인데요, 서울시청 앞 명박산성에서 농성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나라를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위험한 세력이 있다면서 그 사람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 된 나라를 지키자면서 동영상이 끝납니다.
동영상은 끝이 났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제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건 예비군 시청각 자료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하고 민주운동하면 종북이라고 이야기하는 정치세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네들의 논리가 그대로 군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군은 그랬다구요? 적어도 제가 군에 있었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군에 있었던 시절은 2005년 여름에서 2007년 여름으로 정확히 노무현 정부시절하고 일치합니다. 그 시절에 이런 동영상, 무려 2년동안 정신교육을 받았지만 절대 볼 수 없었습니다.
기억나는건 이순신장군의 생즉사 사즉생 정신을 받아들이자, 유구한 침략속에서도 끊임없이 살아남은 우리 조상들의 상무정신을 배우자 이런 내용들이었지 노동운동하면서 우리나라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 그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 는 내용의 동영상은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뻐기고 있지만 실상은 이렀습니다. 정치적으로 온전한 중립을 지켜야하는 군은 사실상 새누리당과 한통속이 되어버렸습니다. 10년동안 민주정권이 집권했지만 한나라당 계열정당이 집권한지 불과 5년만에 다시 돌아가버렸습니다. 씁쓸합니다.
제가 볼때 이명박정부는 김영삼정부보다도 못한 정부입니다. 그래도 그때는 뭔가 모를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이제 군인정부시절을 끝내고 문민이 권력이 가진 시기를 만들었다는 뭔가 모를 뿌듯함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우리 주머니에 돈을 꽂아달라고 지난 몇십년간 우리의 민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명박정부는 우리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지도 못했습니다.
아직도 박정희의 망령이 살아있는 지금이 한탄스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