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부산에 비가 왔었다. 하루종일 비가 찔끔찔끔? 혹은 부슬부슬? 내렸었는데, 유난히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살인의 추억.
지금 다시 보니 범인은 확실히 박해일이 맞다. 맨끝에 반전이 박해일이 아닌것 처럼 말을 해주는 듯 하지만, 그건 좀 약한게 사실이고. 모든 정황을 보면 박해일이 범인이 맞는 듯 하다.
오히려 나는 감독이 맨끝에 반전을 집어넣으면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중요한건 '범인이 누구인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범인으로 몰고가던 박해일을 의도적으로 범인이 아니라고 얘기함으로써 이 영화는 범인을 잡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좀 해봤다. 그랬더니 여러가지 분석글들이 나왔는데, 그걸 종합해보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영악하고 똑똑한 범인과 너무나 무식하고 무능력한 경찰을 대비시킴으로서 급속한 산업화를 위해 모든 것이 희생되었던 고도성장기가 서서히 끝나가던 과도기적인 시기였던 1980년대 후반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단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왜 하필 빨간색 옷이지? 단순히 눈에 잘 띄는 생각이라면 노란색도 있고, 파란색도 있을텐데 왜 하필 빨간색일까. 빨간색하면 바로 공산주의가 연결되고, 그러니까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잡아죽이는 행위 자체도 어찌보면 빨갱이라고 하면 무조건 족치고 봤던 독재시대의 반공주의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감독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시기였다. 1980년대라는 시기. 연쇄살인사건을 '누가' 일으켰는가 가 중요한게 아니라, '언제' 일어났는가 가 중요한 거라는 얘기다.
그래, 이 영화는 감독이 1980년대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살았던 1980년대는 이랬어 하고 던지는 옛날 이야기책과 같은 영화다. 파상풍이라는 병때문에 다리를 잘라야 하고, 취조실에 들어가면 구타는 기본이였고, 토할때까지 술을 마셔대고, 억지로 증거를 만들었던 그 시절에 대한 옛날 이야기책.
씁쓸하고 힘든 추억이지만, 결코 잊어버릴 수는 없는 기억들, 그리고 추억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첫 장면으로 글을 마무리 지을려고 한다.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장면이다.
P.S : 옛날 영화에 대해서 글을 올리는 것은 참 쉽고 편한 일이다.
스포일러 같은 건 전혀 신경을 안써도 되니... 오늘 글은 너무나 쉽고도 편하게 적었다.
일단 글은 그렇게 적었는데, 좋은 글인지는.... 그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