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론기사만 보고 새만금에서 거의 제2의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또 일각에서는 새만금에서 K헝거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런 소식들을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K헝거게임이 새만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데 실제로 안 가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조퇴를 내고 새만금으로 차를 달렸다. 마치 제니퍼 로렌스가 장엄한 BGM을 뒤로 깔고 억압받는 민중들 사이에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며 손가락 3개를 들어올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헝거게임 이런건 없었다. 분명히 야영활동이기 때문에 우리가 외국가서 호텔에 자는 것만큼 쾌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들도 당연히 그런 부분에 익스큐즈하고 있다.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내가 본 대부분의 아이들은 잼버리에서 외국 아이들 만나면서 즐기고 있다. 잼버리 망무새들은 제발 잼버리 한번 와서 보고 지적을 했으면 좋겠다.
일단 첫번째로 땅이 습지가 되어서 물웅덩이에서 모기가 올라오고 텐트를 쳐도 못이 빠진다 하는 이야기는 내가 방문했던 8월 4일을 기준으로는 해당하지 않는다. 몇 일간 계속된 폭염으로 땅이 단단하게 굳어져서 실제로 물웅덩이는 없었고 땅도 단단하게 굳어서 캠핑하기에 충분했다. 전라북도 지역에서는 7월내내 거의 3주에 가깝게 비가 왔고 심지어 일부지역에서는 7월 31일까지도 비가 왔다. 그렇기 때문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도착해서 텐트를 쳤던 시기에는 분명 땅도 질었고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을 수 있다.
군대에서 야외텐트를 설치해보면 알겠지만 내가 깔고 눕는 자리만큼은 땅이 단단해야 텐트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다. 그래서 군대훈련장을 보면 텐트자리는 공구리를 쳐놓기도 하는데 스카우트대원들이 오는 첫 날이나 둘째 날까지는 텐트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조직위에서는 파레트를 제공했다고 한다. 아마 땅이 질어서 바로 누울 수가 없으니 텐트바닥에 파레트를 대고 그 위에 텐트 밑바닥을 쓰라고 한 용도였을 것이다. 근데 내가 방문한 8월 4일에는 파레트를 안써도 될 정도로 충분히 땅의 상태가 좋았다. 땅도 대부분 굳어있었고 그러면서 땅 사이에 생긴 물웅덩이도 없었다.
다만 새만금 지형이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거의 무한한 평야에 가깝다. 지금은 몇 일간 무더웠기 때문에 바닥문제가 없겠지만 또 혹시라도 비가 내린다면 많지 않은 비에도 갯벌처럼 변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굴삭기를 동원해서라도 물이 흘러가는 큰 줄기의 배수로는 만들어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
두번째로 더위 문제이다. 지금 새만금은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기온이 38도에 이를 정도로 매우 무덥다. 일단 우리 생각으로는 이 시기에 야외활동을 하는 것부터가 무리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한 여름에 야외활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한국까지 온 아이들이다. 분명 그 중에는 생각보다 너무 강렬한 한국의 여름에 충격을 먹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잼버리 대회장 어디를 가더라도 브라탑만 입고 축늘어져있는 여자애들이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잼버리 대회를 즐기는 아이들이 훨씬 많이 있었다.
조직위에서는 수증기가 나오는 덩쿨로 된 터널로 폭염에 대한 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넝쿨로 된 터널은 별로 시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덩쿨자체가 외부에서 날라오는 태양을 막을 정도로 무성하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터널길이가 엄청 길지도 않았고 또한 앞뒤와 양옆이 모두 트여있어서 외부 열기가 그대로 안으로 전달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그 문제에 있어서 조직위가 에어컨버스를 투입해서 잼버리 행사장 곳곳에는 에어컨 버스가 있었고 그 안에서 몸의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물론 열대야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성인인 나도 한밤중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 때가 있다. 야외에서 캠핑을 한다고 하면 환경이 더 열악할지도 모르겠다. 새만금 캠핑장 주변이 한강주변처럼 밤에도 시원한 바람이 잘 오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캠프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열을 식힐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밤에도 몸의 열을 식힐 수 있도록 에어컨버스를 곳곳에 배치하고 가동해야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세번째는 화장실 문제다. 도착하자마자 급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향기가 나서 당황스러웠다. 생각보다 화장실 상태는 매우 좋았다. 물론 내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쯤이라 점심먹고 청소를 했다면 상태가 좋았을 거란 짐작은 간다. 그럼에도 상태는 좋아서 심지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캠프 곳곳을 보고 있으면 화장실은 군데군데 확장되고 있다. 새만금을 가는 도로에도 간이화장실을 실고 가는 트럭을 두어대 봤다.
어느 대회이든지 운영에 있어서는 경험이 중요한데 대회를 시작한 첫 날과 이튿날까지는 운영상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 이후에는 운영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방문한 8월 4일에는 큰 운영적 어려움을 경험해보지 않았다. 물론 준비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3주동안 내린 우기에 가까운 폭우와 그 다음에 바로 찾아온 38도에 이를정도의 폭염은 우리가 설령 예상을 하더라도 대비는 부족할 수도 있다. 정치에 너무 과몰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새만금잼버리를 역대최고로 만들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때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오늘 시작해도, 혹은 내일 시작하더라도 그 어떤 일이든 우리는 이룰 수 있다.
스카우트 대원이 아니더라도 새만금 잼버리에서 일일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전라북도 도민은 새만금 잼버리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전라북도 도민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를 가지고 있으면 분홍색 팔찌를 주는데 그것을 가지고 새만금 잼버리 안에 있는 여러 부스를 방문해서 즐길 수 있다. 나는 기념품 헌터로서의 명예를 걸고 굿즈를 수금해 왔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주걱만들기 체험을 하고 주걱을 줬는데 내가 갔을 때는 주걱만들기는 할 수 있으나 증정은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진행요원들이 많이 지쳐보이기도 하고 해서 그냥 부스를 나왔다. 주걱은 내 돈주고 사서 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