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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경기였다. 게임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게임을 복기하면 할수록 한차례도 즐거운 순간이 없었던 게임이었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역대급 참사였다. 이전 타이중 참사(2013), 도하 참사(2006)가 거론되지만 임팩트만 따지면 어제 있었던 고척돔 참사가 가장 강력하다는 생각이다. 한국 땅에서 2만명 가까운 야구팬이 직관했으며 저녁 시간대 프라임 타임에 생중계 되었다. 최종스코어 5-0의 철저한 완패. 심지어는 한국선수들은 공격때 3루조차 밟지 못했다.

한국 공격은 팀배팅이 완전히 실종되었다. 기회때마다 번번히 병살타로 기회가 무산되었다. 네덜란드 내야진이 강력하긴 했지만 애초에 한국 타선자체가 무기력했다. 밴덴헐크는 시종일관 빠른 공으로 공략했지만 한국타선은 그걸 알고도 제대로 쳐내지 못했다. 그 다음에 등판한 마크웰은 밴덴헐크와는 반대로 느린 공으로 다시 타이밍을 뺏았고 마지막으로 등판한 록반밀은 다시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며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네덜란드는 이번 경기를 잘 준비했다. 반면 한국은 선취점을 내주며 네덜란드의 페이스대로 말려가더니 그 어떤 변수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이른바 토탈베이스볼로 불리던, 악착같이 한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보여주던 한국대표팀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야구강국이 아니다. 병역면제 따위 걸리지 않은 국가대항전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어제 저녁 한국선수들은 경기로서 보여주었다.

선수들의 기량, 벤치의 준비 및 작전, 팀 전체의 정신력. 모든 것이 수준이하였던 경기였다. 한국야구리그는 타고투저라고 한다. 근데 이게 무슨 타고투저냐. 국내용이였을뿐 19이닝 1득점은 결코 타고투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좁은 스트라이크존, 수준낮은 수비로 인해 타고투저인 것처럼 보일뿐 국제무대로 나가면 우리의 타선은 수준이하였다.

팬으로서 더 열받는건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선수들이 최소한의 동기부여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때이다. 어제 게임 9회초 2아웃 상황의 덕아웃 표정이다. 유격수로 선발출전하지 않은 김모선수의 밝은 표정이 참 기분을 상하게 한다. 선발출장하지 않은 게임이 질 것으로 보이니 기분이 좋은 것일까?

팀 전체의 졸전 속에서 잔루로써 기회가 끊기자 혼자 베이스를 돌아서 홈을 찍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손모 선수의 표정과 대비되는 세상좋은 표정이다. 

현재 한국야구는 어느 팀이든 주전자리만 어느정도 차지하고 있으면 FA이후에 50~60억씩은 받는다. 대한민국 국민 90%이상은 평생동안 50억을 벌지 못하지만 야구선수들은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10개구단 주전 정도만 꿰차고 있으면 그 돈을 받는다. 그러니 이 선수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도 국가대항전은 줄 수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깊이 든다.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이미 한국야구는 실력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연봉이 선수들에게 지출되고 있다고 본다. 거기다가 프로야구판은 만성적인 적자구조다.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되어야 하는게 합리적일 것이다. 샐러리캡 제도나 적어도 MLB식 부유세 정도는 도입되는게 맞다고 본다. FA제도 도입이후 선수들의 연봉은 많이 뛰었지만 그것을 적정수준으로 제어할만한 어떤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 보상선수제도는 FA안에서도 결국 부익부 빈익빈을 강화시킬 뿐이다.

고척스카이돔 WBC샵에 가서 한국대표팀 유니폼을 살까 고민하다가 그냥 공인구를 샀다. 돌아오면서 이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을 수만번 했다. 한국대표팀 유니폼, 모자. 쪽팔려서 못쓰고 다닐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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